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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호흡기 감염 이력, 치매 위험과 연관... "감염 예방하려면 콧속부터 살펴야"
감염병은 앓는 동안의 급성 증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뇌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4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호흡기·피부 감염을 앓은 이력이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과 연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런 감염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뇌 특정 부위의 부피가 줄어드는 변화가 관찰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처럼 뇌 위축 및 치매 위험과 연관된 감염 중에 독감과 상기도(코·목) 감염처럼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유형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호흡기 감염을 막으려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자리 잡기 전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는 숨을 들이쉴 때 코를 통해 유입되는데, 이때 콧속 점막이 외부 병원체와 가장 먼저 맞서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코 점막의 방어력이 견고할수록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해 자리 잡기 어려워진다. 이에 호흡기 감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일상에서 코 점막 방어력을 지키는 방법을 짚어본다.
감염 이력,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뇌 위축·치매'와 연관
연구팀은 미국 볼티모어 노화 종단연구(blsa)에 참여한, 인지 기능이 정상인 982명(평균 65.4세)을 대상으로 과거 감염 이력과 뇌 상태의 관계를 살폈다. 참가자들의 뇌를 반복적으로 정밀 촬영(3t mri)해 시간이 지나며 뇌가 얼마나 줄어드는지(위축)를 추적한 것이다. 이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495,896명(평균 56.5세)의 자료로 '감염과 치매 위험'의 관계를 별도로 검증했고, 핀란드 다기관 코호트(273,132명, 평균 33.9세)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그 결과, 분석 대상 15개 감염 유형 중 독감(influenza), 인간헤르페스바이러스(hhvs), 기타 바이러스 감염, 상기도감염(urtis), 하기도감염(lrtis), 피부·피하감염 등 6개가 뇌 위축 가속과 관련이 있었으며, 위축은 주로 측두엽과 후두엽의 회백질에서 두드러졌다. 또한 blsa에서 뇌 위축과 관련이 있던 이 6개 감염은 영국 바이오뱅크에서도 모두 전체 치매(all-cause dementia) 위험 증가와 연관되었고, 핀란드 코호트에서도 이 중 4개(독감, 헤르페스바이러스, 상기도감염, 하기도감염 · 피부/피하감염 계열)가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아울러 감염 이력과 관련된 일부 혈장 단백질이 인지 기능 저하 속도, 치매 관련 혈액 바이오마커 및 기존 치매 유병률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감염과 뇌 변화의 관련성이 확인됐지만, 감염이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관련성이 나타난 감염 유형에 독감과 상기도 감염 등 흔한 호흡기 감염이 포함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앓은 감염 이력은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의 호흡기 감염 위험을 낮추는 일은 일상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코는 호흡기 감염의 1차 관문... 점액·면역물질이 방어 주도
호흡기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는 첫 경로는 대부분 코다. 성인은 안정 시 1회 호흡량 약 500ml, 분당 호흡수 12~20회를 기준으로 하루 약 8,640~1만 4,400리터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그 대부분이 코를 거친다. 코로 들어온 공기는 비강을 지나며 데워지고 습해진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 바이러스와 이물질 상당수가 하기도로 내려가기 전에 콧속 점막 표면에 먼저 닿는다.
점막 표면의 방어는 이를 덮은 점액이 맡는다. 점액은 바이러스와 이물질을 붙잡아 하기도로 내려가지 못하게 한다. 점액 속 면역글로불린 a(iga)와 락토페린(lactoferrin)은 병원체가 세포에 침투하기 전에 이를 중화하거나 억제하고, 라이소자임(lysozyme)은 주로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하는 등 여러 방어 인자가 함께 작용한다. 점막 표면의 섬모(cilia)는 이 점액을 목 뒤쪽으로 규칙적으로 이동시키며, 이물질을 실은 점액은 위장관으로 이동해 위산에 의해 분해되거나, 기침·비강 분비물 등을 통해 체외로 제거된다. 이러한 점액과 섬모의 작용을 점액섬모 운동(mucociliary clearance)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기능이 건조하고 찬 공기, 미세먼지, 과도한 냉난방 환경에서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액섬모 운동이 느려지고 점막의 면역 기능이 약해지면 병원체가 제때 배출되지 못하고 점막에 오래 머물게 되며, 이는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점막의 방어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환경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카모스타트 성분, "점막에서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 줄인다"
최근에는 약해진 코 점막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기 전에 그 경로를 차단하는 국소 예방(local prevention) 전략이 주목받는다. 이때 거론되는 성분이 카모스타트(camostat)다. 카모스타트는 독감(인플루엔자) 및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올 때 이용하는 숙주 단백질 분해효소인 tmprss2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린 연구에서는 카모스타트가 이 tmprss2 경로를 차단해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잔토모나스 발효 추출물(잔탄검, xanthan gum)을 더하면 점막 표면에 겔 형태의 보호막이 형성되며, 이는 카모스타트가 점막에 더 오래 머물도록 도울 것으로 여겨진다. 시중에는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비강 스프레이 제품도 나와 있어, 외출 전·식사 전 하루 2~3회 콧속에 분사하면 점막 보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니클로사마이드, 세포 내 바이러스 복제 단계 억제
외출 전 코 점막에 방어막을 세우는 일만큼 귀가 후 관리도 중요하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코로 들어온 즉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상기도 점막 표면에 붙은 뒤 상피세포 안으로 들어가 일정 기간(잠복기) 증식하는 과정을 거쳐야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증식하기 전에 개입하면 감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 단계에서 거론되는 성분이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수십 년간 경구 구충제로 사용되며 안전성이 확인돼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올라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 안으로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 기관지에서 유래한 기도상피세포를 이용한 시험관(in vitro) 연구에서 세포 내 바이러스 rna가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이 효과는 알파·베타·델타 변이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
현고은 약사(샘물약국)는 "카모스타트가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 단계를 억제하는 성분이라면,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 안에서 진행되는 복제 단계를 억제하는 성분으로 두 성분의 작용 단계가 나뉜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외에 인플루엔자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대해서도 활성이 보고돼,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를 함께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외출 전 차단·귀가 후 억제... 코 점막 '이중 국소 방어' 관리
외출 전에는 카모스타트로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고, 귀가 후에는 니클로사마이드로 코 점막 상피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초기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의 진입과 증식 단계를 나눠 억제하는 두 단계의 국소 관리를 구성해 볼 수 있다.
현고은 약사는 "이들 성분은 코 점막에 머물러 작용하고 혈류로는 거의 흡수되지 않아 전신 부작용 부담이 크지 않다"며 "약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고령자처럼 감염 시 위험이 큰 사람에게 고려해 볼 수 있는 국소 관리 방법"이라고 설명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