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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주스 매일 마시면 심혈관 건강에 도움... "공복에는 피해야"
오렌지주스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과일 음료 중 하나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대(university of são paulo)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은 매일 100% 순수 오렌지주스를 정기적으로 마시는 것만으로 체내 유전자 수천 개의 발현 패턴이 바뀌며 심혈관 및 대사 건강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오렌지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물질이 콜레스테롤 대사와 혈관 기능 개선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비타민 c와 칼륨이 풍부한 데 반해 오렌지주스는 당분이 높고 산도가 강해 언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오렌지주스의 효능부터 섭취 시 주의해야 할 점을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진복 원장(닥터리가정의학과의원)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오렌지주스 속 헤스페리딘 성분이 혈액 순환, 당 대사에 영향
오렌지주스의 건강 효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성분이 헤스페리딘(hesperidin)이다. 헤스페리딘은 오렌지와 귤, 레몬 등 감귤류 과일 껍질과 과육에 풍부한 천연 플라보노이드 성분이다. 혈관벽을 강화해 주변 조직으로 체액이 새는 것을 막아 부기와 염증을 완화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또한 상파울루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100% 순수 오렌지주스를 매일 500ml씩 2개월간 섭취한 성인의 백혈구에서 대사 및 면역과 관련된 3,000여 개 유전자의 발현이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반응과 관련된 il6·il1b, 신장의 나트륨 보유와 관련된 sgk1 등의 유전자 활성 또한 감소했다. 연구팀은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이 뛰어난 헤스페리딘 화합물이 콜레스테롤 대사와 당 처리 방식을 개선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 효과도 확인... "혈관 내피 확장시켜 심혈관 건강에도 기여"
오렌지주스에 들어 있는 헤스페리딘은 장까지 도달한 뒤 장내 미생물의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는 헤스페리딘이 포도당 대사와 인슐린 작용, 염증 반응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다.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오렌지주스를 한 달간 마신 참가자들에게서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 scfas)을 생성하는 장내 세균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단쇄지방산은 장내 세균이 식이 성분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단쇄지방산이 중요한 이유는 장에서 만들어진 이 물질들이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낸 단쇄지방산은
장 건강뿐 아니라 에너지 대사, 면역 반응,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며 프로피온산과 부티르산 등은 혈당 및 인슐린 반응과 같은 다양한 생리 기능에도 관여한다.
추후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장내 세균이 증가하면, 혈당 조절 및 혈관 내피 기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혈관 내피는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세포층으로, 혈관이 적절하게 이완하고 수축하도록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개선되면 혈관 확장이 원활해져 심장마비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
오렌지주스 하나만으로 치료 효과 기대하긴 어려워... "장기 연구 필요"
연구팀은 "오렌지의 플라보노이드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에 영향을 주고, 장내 미생물 및 대사산물 변화가 혈관 기능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은 혈압, ldl 콜레스테롤, 흡연, 체중, 운동량, 당뇨병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오렌지주스 하나만으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연구에서 500ml를 섭취했다는 사실을 일반적인 권장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해당 연구는 특정 조건에서 오렌지주스 섭취에 따른 생체 변화를 관찰한 연구이며, 모든 사람이 매일 500ml를 마셔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주스는 과일을 통째로 먹는 것보다 빠르게 섭취하기 쉽기 때문에 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복 오렌지주스는 피하는 게 좋아... "빵과 섭취 시 혈당 치솟을 수 있어"
하지만 오렌지는 산도가 높은 과일이기 때문에 공복에 많은 양을 섭취하면 위가 예민한 사람에게 속 쓰림이나 위산 역류 등의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침 공복에 마실 경우,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 이진복 원장은 "생과일을 껍질째 씹어 먹으면 혈당이 그래도 천천히 올라가지만, 갈게 되면 훨씬 더 고운 입자가 되기 때문에 섬유질이 다 파괴되면서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흰 빵이나 설탕이 첨가된 빵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이 많은 식품과 과일 주스를 함께 먹는 경우에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원장은 "아침 식사로 빵과 오렌지주스를 먹는 것보다 현미밥과 생선을 먹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일은 갈지 말고 씹어 먹어야... 식이섬유와 섭취 속도가 혈당 좌우
오렌지주스를 마실 때 중요한 것은 '오렌지 자체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과 '오렌지를 주스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주장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오렌지를 통째로 먹으면 씹는 과정이 필요하고 과육에 포함된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과일이라도 먹는 속도가 느려진다.
또한 '100% 오렌지주스'라고 해서 혈당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0% 주스는 설탕을 별도로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오렌지 자체에 들어 있는 당까지 제거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진복 원장은 "오렌지를 건강하게 먹고 싶다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주스로 만들어 빠르게 마시는 것보다 과일 자체를 천천히 씹어 먹는 것"이라며 "오렌지주스를 선택한다면 100% 주스인지 확인하고 공복에 과량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