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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넘게 병명도 몰랐다... 앉기만 하면 아픈 '음부신경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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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기조차 힘들 만큼 아픈데 정작 병원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통증 부위가 항문이나 회음부, 생식기 주변이다 보니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렵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몇 년씩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산부인과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고, 허리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다면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 손병철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는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음부신경통이라는 정확한 병명을 알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6.5년"이라고 전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심지어 의사들에게도 낯선 질환인 음부신경통에 대해 손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음부신경통이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항문과 회음부에 신경통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허리디스크나 목디스크, 관절질환처럼 익숙한 병명과 달리 이 부위에도 신경통이 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의사들도 잘 모르다 보니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있나요?
한 여성 환자는 항문 주위가 쏘는 듯 아프고 회음부가 불편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특히 배변 시 통증이 심해졌고, 찜질을 하거나 눕거나 앉으면 다소 완화됐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은 것처럼 화끈거리는 통증을 호소한 환자도 있었는데, 혼자 있을 때도 통증이 있고 힘을 줄 때 더 아팠다고 합니다. 두 환자 모두 산부인과나 항문외과를 먼저 찾았지만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그다음엔 보통 어떻게 되나요?
검사상 이상이 없으면 그나마 다행인 경우입니다. 오히려 증상과 무관한 난소 물혹이나 자궁근종, 자궁선근종이 우연히 발견돼 그 질환부터 치료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부인과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면 허리 문제로 넘겨짚고 통증클리닉이나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돌며 허리 주사 치료나 시술을 반복하기도 하는데, 원인이 다른 곳에 있으니 낫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다른 병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나요?
항문 부위 통증은 항문거근증후군으로, 여성은 자궁선근종이나 자궁근종으로, 남성은 부고환염이나 방광통증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병명 자체가 명확한 정의 없이 붙여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각 진료과가 자기 분야의 질환만 살피다 보니, 신경통이라는 가능성 자체가 통합적으로 검토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시 음부신경에 국소마취를 놓을 만큼 이 신경 자체는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신경이 신경통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결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에게 잘 생기나요? 출산이나 수술, 운동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여성 환자가 많은 이유는 출산 과정에서 산도가 음부 쪽에 충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성 환자도 상당수 있습니다. 자전거처럼 엉덩이와 항문 부위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활동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래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음부신경통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원인을 찾지 못하다 보니 스트레스나 갱년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기나요?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의사도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고, 치료를 반복해도 낫지 않다 보니 환자가 스트레스·갱년기 탓으로 돌리거나, 주변에서 그렇게 여기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러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검사와 치료를 모두 받아도 낫지 않으면 "더 해줄 게 없으니 다른 곳에 가보라"는 말을 듣게 되고, 결국 신경과에서 신경통약을 처방받으면서 예민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신경통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감이나 공황장애를 실제로 동반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정신건강 문제로만 치부하기보다 신경통 가능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음부신경통은 해부학적으로 왜, 어떻게 생기는 건가요?
골반 안, 천골(엉치뼈)과 좌골 사이에는 천골결절인대라는 구조물이 있고, 그 사이로 항문과 회음부, 생식기로 내려가는 신경 세 갈래가 지나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이 통로의 폭은 사람마다 차이가 커서, 선천적으로 유독 좁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이 오래 앉아 있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으면 통로가 더 좁아지고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시작됩니다. 이 통로 바로 옆에는 좌골신경도 지나가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좌골신경통이나 다리 저림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경통이라는 걸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그냥 아픈 것과는 뭐가 다른가요?
신경통에는 특징적인 감각이 있습니다. 찌르거나 저리고, 화끈거리거나 시린 듯한 느낌, 심한 경우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까지 동반된다면 신경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관절이나 장기 문제로 인한 통증은 저리는 느낌 없이 그냥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이 차이를 알면 음부신경통도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도, 항문외과나 산부인과에서는 각각 염증이나 치질, 부인과 질환을 먼저 떠올리다 보니 신경통 가능성을 진단에서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영상 검사로 확인이 되나요?
mri 등 영상 검사만으로는 확진하기 어렵습니다. 신경이 눌린 자리가 있어도 방사선과 판독지에 이상 소견으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앉으면 심해지는 증상 양상, 진찰 소견, 영상 검사 세 가지를 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음부신경통만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있다면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앉으면 아프다'는 것입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프랑스 의료진이 제시한 진단 기준이기도 합니다. 배변 시 더 아프거나 밤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병을 오래 앓은 환자 중에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가운데가 뚫린 방석을 늘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환자 사례들도 궁금합니다.
한 여성 환자는 앉기 시작하면 통증이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운 상태까지 진행됐습니다. 처음에는 방광통증증후군으로 진단받았지만, 실제 원인은 음부신경통이었습니다. 2년 반 동안 통증을 겪은 한 남성 환자는 회사에서 앉아서 일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신경이 눌린 위치가 명확해 비교적 수월하게 진단이 이뤄졌습니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한 젊은 환자는 스쿼트처럼 고관절을 굽히는 동작 후 안쪽 통증이 심해졌고, 다리 저림까지 동반돼 좌골신경과 음부신경을 함께 감압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환자는 수술 후에도 완전히 호전되기까지 약 2년의 약물 치료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심해지면 어떤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나요?
증상이 진행되면 앉아 있지 않아도 하루 종일 통증이 지속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배변장애나 소변장애가 동반되기도 하고, 성교통이나 요실금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이런 증상이 있다면 수술을 서둘러 고려해야 합니다. 진단이 늦어져 척추에 경미한 퇴행성 변화까지 겹친 환자들이 결국 허리 수술을 받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타고난 체질상 신경 통로가 좁은 경우도 있다고 하셨는데,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완벽한 예방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신경 통로의 선천적 폭은 바꿀 수 없고, 현대인 대부분이 오래 앉아서 생활하는 환경을 피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30분가량 앉아 있었다면 잠시 일어나 움직이는 습관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수술이 아닌 다른 치료 방법도 있나요? 언제 수술을 고려해야 하나요?
증상이 가벼운 경우 신경통약 복용만으로도 몇 달 안에 호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경이 눌린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주사 치료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배변·소변장애, 성교통, 요실금까지 동반된 경우라면 신경 감압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감압술 자체는 큰 수술은 아니지만, 오래 눌려 있던 경우라면 회복까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으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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