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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터지면 무조건 수술?... 38년 척추 명의가 짚어주는 척추 질환의 오해와 진실 [척추건강연구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척추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72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환자가 269만 명,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186만 명으로, 두 질환만 합쳐도 450만 명이 넘는다.
이렇듯 척추 질환은 흔한 질환이지만 정작 제대로 알려진 것은 드물다.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디스크라고 단정 짓거나,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 병원을 찾았다가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서야 척추 문제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디스크가 터지면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다.
정형외과 신병준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와 함께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증상·치료법의 차이점과 공통점, 환자들이 흔히 하는 오해들을 짚어보고, 척추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자세와 운동법까지 살펴본다.
엉덩이·다리 통증이 진짜 신호...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의 진실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인 것은 아니고, 반대로 두 질환이 있다고 해서 꼭 허리가 아픈 것도 아니다. 실제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의 통증은 허리보다 엉덩이와 다리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두 질환의 발생 기전과 관련이 있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의 쿠션 조직으로, 원래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있는 구조물이지 병명이 아니다. 디스크 안쪽에는 말랑한 수핵이 있고, 섬유륜이라는 인대가 이를 감싸고 있는데 퇴행이나 충격으로 섬유륜이 손상되면 수핵이 밖으로 밀려 나와 주변 신경을 누르게 된다. 이를 '추간판 탈출증',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부른다. 수핵이 터지면 수핵의 염증 유발 물질이 신경 주변으로 퍼지면서 강한 통증이 생기지만, 이 염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가라앉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2~3주 후면 상당히 호전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 자체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통로가 좁아지면 신경이 압박받고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겨 통증과 마비가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상 패턴도 디스크와 다르게 나타난다.
신병준 교수는 "디스크 환자는 앉아 있을 때 불편하고 걸을 때는 괜찮은 반면, 협착증 환자는 앉으면 편하지만 걸으면 금방 엉덩이와 다리가 불편해져 주저앉게 된다. 이를 간헐성 파행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두 질환이 동시에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협착증이 있는 상태에서 디스크가 터지면 압박에 염증까지 더해져 평소보다 훨씬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멀쩡한 디스크는 터지지 않는다... 퇴행과 생활 습관이 만든 결과
건강한 디스크는 쉽게 터지지 않는다. 교통사고가 나도 멀쩡한 디스크는 터지지 않고 뼈가 먼저 부러진다. 디스크가 터지는 것은 이미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특정 동작이 마지막 방아쇠가 된 것이다. 신병준 교수는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차 문을 열고 발을 올리는 순간 다리가 아파졌다' 처럼 언제부터 아팠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 이전부터 이미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mri에 퇴행성 변화가 보인다고 반드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70세가 넘으면 허리가 멀쩡해도 mri에는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영상 결과가 아니라 지금 몸에 어떤 증상이 있느냐이다.
이 퇴행성 변화를 앞당기는 것이 바로 '평소 자세'다. 가장 나쁜 것은 허리를 구부린 채 무거운 것을 드는 동작이고, 여기에 허리를 비트는 동작까지 더해지면 최악이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구부정하게 생활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다만 디스크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다소 무리한 동작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후천적 자세와 습관이 중요하지만, 타고난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신 교수는 "사람마다 디스크를 구성하는 성분과 조직 특성이 달라 타고난 허리 강도에도 차이가 있다"라며 "그러나 선천적 요인이 있다고 반드시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바른 자세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스크가 터져도 바로 수술하지 않는다... 치료의 원칙은 '경과 관찰'
허리 디스크가 터지면 꼼짝도 못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그러나 아무리 아파도 바로 수술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척추 질환은 2~3주 이내에 상당히 좋아지며, 통증이 심해도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보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디스크가 터져도 2~3주 치료 후 호전될 가능성은 80%가 넘는다.
신병준 교수는 "디스크는 평생 못 고친다거나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대표적인 오해다"라며 "수핵이 터져 나와도 시간이 지나면 수핵이 자연 흡수되거나 증상이 가라앉은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환자 대부분은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수술 없이 낫는 것은 아니다. 마비가 있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써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대소변 마비를 동반하는 마미총증후군은 빠른 수술로 기능을 되찾지 못하면 평생 기저귀를 차야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감압술·유합술·최소침습, 수술법은 어떻게 다를까
척추 수술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감압술, 유합술, 최소침습수술이 있다. 감압술은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수술이다. 디스크가 터진 경우에는 수핵을 제거하고, 협착증은 좁아진 통로 주변 뼈와 비후된 인대 일부를 잘라내 신경 압박을 해소한다. 유합술은 척추뼈가 불안정하거나 변형됐을 때 뼈를 고정·교정하는 수술로, 감압술보다 규모가 크고 합병증 발생률도 높다. 척추전방전위증처럼 협착과 불안정이 함께 나타나면 두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최소침습수술은 피부를 작게 절개하고 내시경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흉터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로 통증을 해소할 수 있지만, 고령층은 합병증 위험이 있어 수술에 두려움을 느끼고 주변의 만류에 흔들리기 쉽다. 신병준 교수는 "감성적 판단에 휘둘려 시기를 놓치기보다, 무엇을 얻고 어떤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증상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라면 고령이어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수술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eras(빠른 회복 프로토콜) 등 수술·통증 관리 기법이 발전하면서 고령 환자도 과거보다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어, 지나친 두려움은 내려놓아도 된다.
척추 건강의 핵심은 자세와 근육... 코어·하체를 함께 키워야 하는 이유
척추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 후 재발을 막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자세'다. 허리를 과하게 굽히거나 젖히지 말고 편안하게 곧게 펴는 것이 기본이다. 오래 앉을 때나 운전할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에 밀착시키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 힘이 아닌 하체 힘을 써야 한다. 지나치게 허리를 젖히는 과신전 자세는 척추 뒤쪽 후관절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특정 자세를 과도하게 유지하기보다 정상 범위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척추 건강을 위해서 바른 자세와 함께 필요한 것이 '근육'이다. 근육은 디스크가 받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코어와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중요하다. 코어 운동은 단순한 근력 강화가 아니라 팔다리를 움직일 때 신경과 근육이 조화롭게 중심을 잡아주는 협응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대표 동작으로는 누워서 하는 '데드 버그'와 엎드려서 하는 '버드 독'이 있다.
하체 운동으로는 스쿼트, 스탠딩 킥백, 카프 레이즈가 있다. 신병준 교수는 "하체는 힘뿐 아니라 속도가 더해진 '파워'를 길러야 한다"라며 "나이가 들면 속근이 빨리 소멸해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데, 걷다가 돌부리에 걸렸을 때 넘어지지 않고 몸을 방어하는 힘이 바로 이 파워에서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척추 건강을 지키려면 바른 자세로 부담을 줄이고, 코어와 하체 근육으로 그 부담을 분산시켜야 한다. 여기에 순간적으로 몸을 지켜낼 수 있는 하체의 파워까지 갖췄을 때, 비로소 척추 건강을 균형 있게 지킬 수 있다.